AI의 망각 기능, 왜 필요할까?
AI의 망각 기능, 왜 필요할까?
1. AI도 ‘잊을 수 있어야’ 하는 시대
인공지능(AI)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질문에 답하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최근 AI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AI의 망각 기능입니다.
망각 기능은 말 그대로 AI가 이미 학습하거나 기억한 특정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잊게 만드는 기술을 뜻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신기함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안전, 그리고 AI 윤리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AI 모델은 한 번 학습한 정보를 쉽게 잊지 못합니다. 인터넷에서 수집한 텍스트, 이미지, 음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모델은 그 안에 수많은 개인 정보나 저작권 자료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만약 사용자가 원할 경우, AI가 해당 정보를 ‘잊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데이터 주권이 훨씬 강화될 것입니다.
2. AI 망각 기능의 개념과 작동 원리
AI의 망각 기능은 인간의 기억과는 다릅니다.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기억이 희미해지지만, AI는 한 번 학습한 데이터는 고정된 모델 파라미터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를 제거하려면 특별한 재학습 과정이 필요합니다.
현재 연구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선별적 파라미터 수정(Unlearning)
특정 데이터와 관련된 파라미터만 찾아 수정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인물의 주소나 이름을 학습했다면, 그 정보와 직접 연결된 파라미터를 찾아서 ‘지우는’ 방식입니다. - 차분 학습(Differential Training)
원래 모델에서 삭제할 데이터를 빼고 다시 학습시켜, 이전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정확하게 삭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왜 AI 망각 기능이 중요한가?
(1) 개인정보 보호
AI가 학습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 중에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의료 기록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사용자가 요청하면 삭제돼야 합니다. 유럽연합(EU)의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에는 ‘잊혀질 권리’ 조항이 있어,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삭제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AI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 저작권 침해 방지
AI가 학습한 데이터에는 소설, 논문, 음악, 이미지 등 저작권이 있는 자료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원작자가 삭제를 요구할 경우, AI가 이를 반영해 해당 내용을 더 이상 재생산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3) 법적·윤리적 신뢰 확보
AI가 잘못된 정보나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했을 경우, 이를 ‘잊고’ 교정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망각 기능이 없다면, AI는 계속 잘못된 정보를 재생산할 수 있습니다.
4. 망각 기능 구현의 기술적 난관
망각 기능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AI가 특정 데이터를 완전히 잊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첫째, 데이터가 모델 전반에 퍼져 있는 문제입니다. AI의 지식은 특정 위치에만 저장되지 않고, 수백억 개의 파라미터에 걸쳐 분산돼 있습니다. 일부만 수정하면 흔적이 남을 수 있습니다.
둘째, 성능 저하 가능성입니다. 특정 데이터를 삭제하면, 그와 연관된 다른 정보까지 함께 손상돼 AI의 전반적인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검증의 어려움입니다. AI가 정말로 해당 정보를 잊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망각 테스트 데이터셋’과 같은 검증 체계가 필요합니다.
5. 실제 적용 사례와 연구 동향
현재 구글, 메타, 오픈AI 등 글로벌 AI 기업들은 망각 기능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 구글: 이미지 생성 AI에서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 관련된 이미지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콘텐츠 블록’ 기능을 테스트 중입니다.
- 메타: 언어 모델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셋을 제거하는 ‘Selective Unlearning’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 오픈AI: ChatGPT를 포함한 자사 모델에서 사용자의 대화 데이터를 일정 기간 후 자동 삭제하는 정책을 강화했습니다.
학계에서도 ‘Machine Unlearning’이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에서 연구가 활발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6. 향후 전망 – AI의 ‘기억’과 ‘망각’ 균형
AI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미래의 AI는 ‘무조건 기억하는 존재’에서 ‘필요할 때만 기억하고, 필요하면 잊는 존재’로 진화해야 합니다.
특히 법률과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망각이 가능해져도, 이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와 절차가 마련돼야 합니다. 반대로 법이 강제하더라도, 기술이 이를 구현하지 못하면 실질적인 보호는 불가능합니다.
향후 AI 산업에서는 ‘데이터 저장 능력’ 못지않게 ‘데이터 삭제 능력’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사용자의 신뢰를 얻는 AI는 단순히 똑똑한 AI가 아니라,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자유롭게 기억을 조절할 수 있는 AI일 것입니다.
7. 결론
AI의 망각 기능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AI가 사회와 공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준수, 잘못된 정보 수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 기능은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입니다.
향후 AI 발전의 중요한 축은 ‘얼마나 잘 기억하느냐’보다 ‘얼마나 잘 잊을 수 있느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