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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단 한 번의 오타로 1,600억 증발… 빗썸 사고가 무서운 이유

by 비전공자의 테크노트 2026.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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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오타로 1,600억 증발… 빗썸 사고가 무서운 이유


어느 날 퇴근길, 스마트폰 알림에 내 거래소 계좌 잔고가 '2,000억 원'으로 찍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 황당한 시나리오는 2026년 2월 6일 저녁, 대한민국 2위 거래소 빗썸에서 잔인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전산 해프닝이 아닙니다.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거대 플랫폼이 얼마나 허술한 모래성 위에 세워져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는 '디지털 자산'의 실체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입니다. '64조 원 유령 코인' 사태의 이면을 분석해 봅니다.

단 한 번의 오타로 1,600억 증발… 빗썸 사고가 무서운 이유
단 한 번의 오타로 1,600억 증발… 빗썸 사고가 무서운 이유 (사진=빗썸BI)

 

0.3%의 나비효과: 자본금 17%를 증발시킨 '1,600억 원'짜리 실수

사건의 발단은 리워드 이벤트였습니다. 빗썸은 당첨자 695명에게 2,000 '원' 씩 지급하려다 담당자의 치명적인 타이핑 실수(Fat Finger)로 단위에 'BTC' 를 입력했습니다. 이 단 한 번의 클릭이 불러온 수치는 공포스러울 정도입니다.

 

  • 비현실적인 공급량: 1인당 2,000 BTC(약 2,000억 원)씩 총 62만 개(약 64조 원)가 지급되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 비트코인 총 발행량(2,100만 개)의 3%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입니다.
  • 보유량을 압도하는 가짜 잔고: 2025년 3분기 공시 기준, 빗썸의 실제 비트코인 보유량은 고객 위탁분(42,619 BTC)과 회사 보유분(175 BTC)을 합쳐 총 42,794개뿐이었습니다. 빗썸은 금고에 있지도 않은 코인을 실제 보유량보다 약 14.5배나 많이 찍어낸 셈입니다.
  • 치명적인 재무 타격: 빗썸은 오지급 물량의 99.7%를 회수했지만, 이미 매도된 0.3%(1,788 BTC)를 메꾸기 위해 1,600억 원의 자기 자본을 투입해야 했습니다. 빗썸의 총 자본금이 약 9,346억 원임을 감안하면, 단 한 번의 실수가 기업 전체 순자산의 약 17.1%를 단숨에 증발시킨 셈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자본금의 17%가 날아가는 동안 아무런 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시스템적 내부통제 붕괴'입니다.

 

당신의 코인은 '진짜'인가? '가상자산 은행'의 위험한 민낯

어떻게 보유량보다 14배나 많은 코인이 지급될 수 있었을까요? 그 핵심에는 '장부 거래(Off-chain)'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거래소 내부에서 이뤄지는 매매는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되는 '온체인' 방식이 아닙니다. 비트코인의 느린 처리 속도와 수수료 문제를 피하기 위해 거래소 내부 데이터베이스(DB)의 숫자만 바꾸는 '오프체인' 방식을 택합니다. 문제는 이 DB가 실제 블록체인 자산과 실시간으로 대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태는 거래소가 마음만 먹으면(혹은 실수하면) 존재하지 않는 코인을 무한정 발행할 수 있는 '무차입 공매도' 혹은 '부분지급준비금(Fractional Reserve)' 방식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노출했습니다.

  • "디지털 자산이라더니, 관리는 아날로그 구멍가게 수준인가. 실제 보유량을 초과하는 매도 주문이 나갈 때까지 시스템은 왜 멈추지 않았나."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 "거래소가 중개·보관·결제 기능을 독점하고 있어 외부 감시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 자산 보유 현황에 대한 엄정한 검사가 시급하다." -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반면, 업비트나 코인원 등 타 거래소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신들의 방어 체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업비트는 실제 보유 자산 내에서만 지급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코빗은 입금과 출금이 반드시 쌍을 이뤄야 기록되는 '이중원장(Double-Entry)' 및 '실시간 온체인 대사' 시스템을 통해 가짜 잔고의 유통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40분간의 블랙아웃: 가격 발견 기능을 상실한 '플래시 크래시'

사고 발생부터 최종 차단까지 걸린 40분은 빗썸에게는 재앙, 기회주의적 투자자들에게는 '돈 복사'의 시간이었습니다.

  • 19:00: 이벤트 리워드 오지급 발생 (1인당 2,000 BTC).
  • 19:20: 빗썸 측 사고 인지.
  • 19:40: 거래 및 출금 전면 차단 완료.

이 골든타임 동안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9,800만 원대에서 8,100만 원대까지 약 17% 급락했습니다. 전 세계 시세와 1,70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플래시 크래시'는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Price Discovery)이 완전히 파괴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똑똑한 투자자들은 이 아비트리지(Arbitrage, 차액거래)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빗썸 내부 장부상의 비트코인 공급이 무한대로 늘어난 틈을 타 헐값에 비트코인을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1,600억 원어치의 실제 가치가 외부로 유출되었습니다. 대규모 자산 이동 시 작동했어야 할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은 무력했습니다.

 

'민간 앱'에서 '시장 인프라'로: 규제의 대전환점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단순 서비스 앱'이 아닌 금융 수준의 '시장 인프라'로 격상하여 관리할 방침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즉각 긴급대응반을 구성했으며, 현재 논의 중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 기본법)에는 다음의 고강도 규제가 포함될 전망입니다.

  1. 무과실 책임 원칙: 전산 사고 발생 시 거래소의 고의·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용자 피해에 대해 사업자가 배상 책임을 지게 함.
  2. 외부 기관 자산 점검 의무화: 제3의 기관을 통해 주기적으로 장부상 숫자와 실제 온체인 보유량을 대조·검증하도록 강제.
  3. 지배구조 및 지배주주 규제: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지분율을 제한하여 금융기관 수준의 책임성 부여.

특히 이번 사태는 거래소를 인가제로 전환하고 지배주주를 규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에 강력한 명분을 실어주었습니다.

 

결론: "당신의 화면 속 숫자는 언제든 '유령'이 될 수 있다"

빗썸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이 진정한 금융 인프라로 거듭나기 위한 뼈아픈 진통입니다. 수조 원의 자산이 오가는 시장이 단 한 명의 타이핑 실수와 구멍 뚫린 시스템으로 인해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섬뜩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거래소 화면에서 확인하는 비트코인 숫자는 그 자체로 자산이 아닙니다. 그것은 거래소가 해당 자산을 나중에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부채 기록'일 뿐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그 기록은 언제든 허공에서 생성될 수 있고, 거래소의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순간에 유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화려한 UI나 이벤트가 아닌, 그 이면의 '실시간 자산 대사 역량'과 '내부통제 거버넌스' 를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내 비트코인은 진짜 블록체인 위에 있는가?" 이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거래소는 더 이상 시장 인프라로서 생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FAQ

Q1. 빗썸 ‘유령 코인’ 사태는 단순한 전산 실수인가요?

표면적으로는 입력 실수에서 시작됐지만, 실제 보유량을 초과한 지급이 차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사건입니다.

Q2. 거래소에 표시된 비트코인은 실제 코인과 다른가요?

대부분의 거래소 내부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되지 않는 오프체인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화면에 보이는 잔고는 실제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약속에 가까운 기록입니다.

 

Q3. 왜 보유량보다 많은 비트코인 지급이 가능했나요?

거래소 내부 장부가 실제 온체인 자산과 실시간으로 연동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시스템 오류나 실수로 존재하지 않는 자산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Q4.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없나요?

실시간 자산 대사, 이중 원장, 자동 차단 시스템이 없다면 유사한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별 내부통제 수준 차이가 매우 큽니다.

Q5. 투자자는 이런 사고에서 무엇을 가장 주의해야 하나요?

이벤트 혜택이나 UI보다 거래소의 실제 자산 검증 방식, 외부 감사 여부,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를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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